About

작가 이재욱의 초상

작업 노트

나의 작업은 ‘기록’과 ‘인식’의 경계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개입과 기술, 자본, 정보가 축적된 하나의 지층임을 탐구한다. 그래서 나의 사진은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시대의 구조를 시각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Artist Statement

Jaeuk Lee’s artistic practice begins at the intersection of ‘documentation’ and ‘perception’. He explores the landscape not merely as a natural scenery, but as a sedimented layer of human intervention, technology, capital, and information. Thus, his photography serves less as a representation of the landscape and more as an attempt to visualize the structural systems of our time.

CV

CV KR

학력

  • 2016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학교 통합디자인[사진] 석사 졸업
  • 2007홍익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 학사 졸업

개인전

  • 2020[Event horizon] 갤러리룩스, 서울
  • 2019[레드라인] 상업화랑, 서울
  • 2018[너의 잘못이 아니야]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25[레드라인-보이스] 리보웬스갤러리, 브뤼셀, 벨기에
  • 2023[비핵화선언] 남산도서관, 서울
  • 2023[황해어보]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 2022[정착세계] 북서울미술관, 서울
  • 2022[완충의시간] 경기도청 북부청사, 의정부
  • 2022[PARADIES] 미테겔러리, 브레멘, 독일
  • 2021[평평-팽팽] 김포아트센터, 김포
  • 2021[bac COMPANION] 부여아트페어, 부여
  • 2020[이연연상: 경기문화재단 생생화화] 화이트블럭, 파주
  • 2020[우리 지금 만나] 김포아트빌리지, 김포
  • 2020[망령들의 왕국] 플랜B, 서울
  • 2020[방랑]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 2020RAW 사진 트리엔날레, 봅스베데, 독일
  • 2019[광장: 미술과 사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2019[유령걸음] 경기창작센터, 안산
  • 2019[고스트 씨티] 플레이스막 연희, 서울
  • 2019[담양] 신세계백화점 갤러리, 광주
  • 2019[그럼에도, 역사는 계속된다] 주홍콩한국문화원, 홍콩
  • 2018[이동하는 예술가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고양
  • 2018[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 2018[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 4·3 70주년 네트워크 프로젝트] d/p, 서울
  • 2017[이아 오디세이] 예술공간 이아, 제주
  • 2017[어딘가로] 함자 뤼스템 사진 뮤지엄, 이즈미르, 터키
  • 2017[어딘가로] 브레멘시립갤러리, 브레멘
  • 2017[나는 갈등한다 고로 존재한다] 동강국제사진제, 영월
  • 2016[사진마스터] 라이카 갤러리, 포토키나, 쾰른
  • 2016[갈등?] 성마가성당, 하노버
  • 2016[Are you with me now?] 문화예술 프로젝트 스페이스, 브레멘
  • 2015[Crisis-What crisis] 미테 갤러리, 브레멘
  • 2015[Facing New Spaces] 함부르크 사진트리엔날레, 함부르크
  • 2013[You can never be sure] DKW 코트부스 미술관, 코트부스, 독일
  • 2012[You can never be sure] 현대미술센터, 브레스트, 프랑스

수상 및 선정

  • 2024아르코 국제예술네트워크지원, 한국문화예술재단
  • 2024아르코 창작준비지원, 한국문화예술재단
  • 2023포트폴리오 서울, Shortlist,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 2020예술창작활동지원, 서울문화재단
  • 2020시각예술 창작전시지원, 김포문화재단
  • 2020아르코 청년예술가지원, 한국문화예술재단
  • 2020경기예술창작지원, 경기문화재단
  • 2019최초예술 창작발표지원, 서울문화재단
  • 2018최초예술 창작준비지원, 서울문화재단
  • 2017제10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지원프로그램 올해의 최종작가
  • 2016브레멘-이즈미르 작가교환 장학금, 괴테인스티튜트

레지던시

  • 2025브뤼셀 현대미술관 Wiels 입주작가
  • 2021창작공간 달
  • 2019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 2018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 2017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출판

  • 2018Wonderland, KT&G 상상마당

작품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KT&G

CV EN

EDUCATION

  • 2016MA, Integrated Design, University of the Arts Bremen, Germany
  • 2007BA, Digital Media Design, Hongik University, Korea

SOLO EXHIBITIONS

  • 2020[Event horizon] Gallery Lux, Seoul
  • 2019[Red Line] Sangup Gallery, Seoul
  • 2018[It's not your fault] KT&G Sangsangmadang, Seoul

GROUP EXHIBITIONS

  • 2025[Redline-Voice] Lee Bauwens Gallery, Brussels, Belgium
  • 2023[Denuclearization Declaration] Namsan Library, Seoul
  • 2023[An Observation of the Yellow Sea] Incheon Art Platform, Incheon
  • 2022[The Printed World] Buk-Seoul Museum of Art, Seoul
  • 2022[Time to Buffer] Gyeonggi Northern Office Gallery, Uijeongbu
  • 2022[PARADIES] Gallery Mitte, Bremen, Germany
  • 2021[Pyungpyung-Pangpang] Gimpo Art Center, Gimpo, Korea
  • 2021[bac COMPANION] Buyeo Art Fair, Buyeo, Korea
  • 2020[Bisociation] White Block, Paju, Korea
  • 2020[Let Us Meet Now] Gimpo Art Village, Gimpo, Korea
  • 2020[The Kingdom of Specters] Plan B, Seoul, Korea
  • 2020[Wandering in Art] 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 Jeju, Korea
  • 2020RAW Phototriennale Worpswede, Worpswede, Germany
  • 2019[The Square] MMCA, Gwacheon, Korea
  • 2019[The Haunted Walk] Gyeonggi Creation Center, Ansan, Korea
  • 2019[Ghost City] Place Mak, Seoul, Korea
  • 2019[Damyang] Shinsegae Gallery, Gwangju, Korea
  • 2019[Nevertheless, History Continues] Korean Cultural Center in Hong Kong
  • 2018[Artists On The Move] MMCA Goyang Residency, Goyang, Korea
  • 2018[The 10th KT&G SKOPF] GoEun Museum of Photography, Busan, Korea
  • 2018[Sleepless Namdo] d/p, Seoul, Korea
  • 2017[Iaa Odyssey] Artspace Iaa, Jeju, Korea
  • 2017[Elsewhere] Hamza Rüstem Photography Museum, Izmir, Turkey
  • 2017[Anderswo] Städtische Galerie Bremen, Bremen, Germany
  • 2017[I conflict, therefore I am.] DongGang Photography Festival, Korea
  • 2016[Master of Photography] Leica Gallery, Photokina, Cologne, Germany
  • 2016[Conflict?] Markus Church, Hannover, Germany
  • 2016[Are you with me now?] Kunstverein Spedition, Bremen, Germany
  • 2015[Crisis-What crisis] Mitte Gallery, Bremen, Germany
  • 2015[Facing New Spaces] Phototriennale Hamburg, Hamburg, Germany
  • 2013[You can never be sure] DKW Museum, Cottbus, Germany
  • 2012[You can never be sure] Gateway Center for Contemporary Art, Brest, France

AWARDS & GRANTS

  • 2024Artist Support for International Networking, Arts Council Korea
  • 2024Artist Grant, Arts Council Korea
  • 2023The Portfolio Seoul, Shortlist, Seoul Museum of Photography
  • 2020Artist Grant,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Korea
  • 2020Visual Artist Grant, Gim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Korea
  • 2020Young Artist Support Grant, Arts Council Korea
  • 2020Artist Grant,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Korea
  • 2019Artist Grant for Exhibition,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 2018Artist Grant for Research,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 201710th SKOPF Final Artist of the Year, KT&G
  • 2016Bremen–Izmir Fellowship, Goethe-Institut

RESIDENCIES

  • 2025Wiels Contemporary Art Centre, Brussels, Belgium
  • 2021Artspace DAL
  • 2019Gyeonggi Creation Center,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Korea
  • 2018Goyang Residency,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 2017Artspace Iaa, Jeju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Korea

PUBLICATIONS

  • 2018Wonderland, KT&G Sangsangmadang, Korea

COLLECTIONS

  • MMCA Government Art Bank,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 KT&G

Proj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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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ved Water

Curved Water
Curved Water
Curved Water
Curved Water

Curved water
굽은 물

2020
Digital C-print

고통은 인지 못할 속도로 조석에 맞춰 반복됐다. 섬과 육지사이의 열두 갯고랑은 서서히 그들을 삼켰다.
물은 천천히 굽어와 차오른다. 그리고 모든 흔적을 지우고 다시 빠진다. 저 깊고 어두운 고랑의 깊이를 알수가 없다. 육지에 서있는 남자는 물이 굽는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굽은 물은 일제말기부터 1982년까지 40년간 운영된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선감학원 소년 수용소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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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Grade X Exposure
70.5x56.5cm, Transparency in light box, 2020

Grade X Exposure는 아날로그 흑백 사진 인화에서 이미지의 컨트라스트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멀티 그레이드(multigrade) 필터의 여러 단계 중 가장 높은 흑백의 컨트라스트를 말한다. 여기서 X Exposure는 '폭로'와 어떤 사건의 '부정'을 뜻하기도 한다.

Grade X Exposure 시리즈는 이전과는 다른 용도로 쓰여지고있는 현재의 소방서, 유스호스텔 등의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에 공존하는 옛 안기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상하 반전된 선셋 필터(Sunset filter)나 스카이블루 필터(skyblue filter)는 아름다운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신 서슬 퍼런 당시의 두려운 역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했으며 반전되지 않은 흑백의 네거티브 필름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첫 원훈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무명의 목격자 중 하나로서, 불완전하고 감정적이며 사라져가는 증언의 탑에 재현된 이미지 하나를 덫 데어 본다. 건물 외벽에 크게 붙은 중성의 간판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된 외관은 그 본색을 효과적으로 감춰준다. 나는 그 이면에 남아 있는 흔적을 찾는 행위도 기록의 일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약해진 그의 기억에 동화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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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Inner safety II
Archival pigment print in artist’s fram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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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Red li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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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Baklava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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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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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Safety
Inner Safety
Inner Safety
Inner Safety
Inner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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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Behind the Mytholog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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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own

New Town
New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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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own
New Town
New Town
New Town
New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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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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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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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own

New tow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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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Unterholz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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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건져 올린 것

<그곳에서 건져 올린 것>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이재욱은 신도시의 모습을 담은 《NEW TOWN》, 국가의 위기 속 사람들을 다룬 《It’s not your fault》, 제주 4.3사건에서 포고령에 의한 경계선을 가시화한 《Red Line》, 북한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실제 북한의 일상의 사진인 《Inner Safety Ⅱ》, 군사독재 시절 남산에 있었던 권력기관 건물을 찍어낸 《Grade X Exposure》 등 다양한 소재를 사진으로 작업해 왔다. 작가가 관심을 가지는 소재는 대부분 특별한 사건을 통해 먼저 접하고 그것이 발생한 장소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건 일시적으로 머물게 되는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그는 자연스럽게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한 채 외부자로서의 관찰자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의 소재도 그가 머무르고 작업한 경기창작센터 자리에 위치하였던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80년대까지 존재했던 이 장소는 전국의 고아들이나 부랑아들을 모아서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소년 수용소이다. 작가에 의하면 이 시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일이 아니며, 이제는 육지와 연결되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고립된 섬에서 많은 아이들이 모진 학대와 착취를 견디지 못하고 간조 시간을 이용해 갯벌을 건너 탈출을 시도를 하다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경기창작센터 주변의 갯벌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게 되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연작의 제목은 《굽은 물》이다.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굽은 물은 유유자적 흐르지 못하고 굴곡이 많으며 거친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물이 굽었다는 언어적 표현 자체에서는 인위적인 외부의 영향에 의해 원래에서 벗어난 기이한 모습으로 변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작품 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전면이 큰 벽처럼 평면적이고 고요한 갯벌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들이 반복적인 연작으로 나타난다. 갯벌의 풍경은 자연스럽게 고랑, 굴곡, 구멍 그리고 바다의 흔적들이 어두움이 멀리 보이는 낮은 하늘과 대비를 이루면서 생동감이 있기보다는 건조한 표면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실제의 생동감 있는 갯벌과는 다르게 차분하게 보이며, 마치 우주의 혹성 같은 풍경과 같이 생경하고 불길한 예감이 드는 공간이다. 갯벌에서 걸어 본 사람들은 알고 있듯이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구속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갯벌은 이내 바닷물이 들어와 감춰지고 다시 드러나기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유동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불안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 읽기를 제외하면 위에서 앞에서 언급한 작업의 시작점 대한 글이나 정보가 없이 그의 사진을 마주하면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겨난다. 물론 이러한 정보를 통해 작가가 마주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희생자들이 위험을 알면서도 왜 탈출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복잡한 심리 상태를 갯벌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전유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보여주는 비어진 풍경은 건조하고 평면적이어서 갯벌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비극적 사건에 대한 서사나 작가의 개인적 감정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작가에 의하면 그가 촬영한 갯벌은 실제 사건이 벌어진 그 현장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가 이러한 작업에서 의도하는 점은 무엇일까? 작가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사회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며, 이러한 상황은 언제 서로의 위치를 바꾸어서 나타날지 모르는 유동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사회가 가진 힘의 논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그가 항상 어떤 사건을 만나는 방식 다시 말해 스쳐 지나가는 외부자 혹은 방관자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제된다. 사실 우리가 어떤 사건의 당사자이거나 이해관계에 있지 않다면 어떤 사건에 대해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또한 그 내용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어떤 사실에 접근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료조사를 통한 정보의 획득이다. 그리고 현장을 방문하여 관련된 사람들을 취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얻어진 정보만으로는 단편적이고 이미 고정되어 버린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 당시의 공간에서 그 흔적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시간적으로는 매일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현재에 시공간에서 이것들을 어떤 방식과 태도로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를 생각해보자. 우리의 관심을 끌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떻게 보면 사건과 연결된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를 가지고 드러나는 것들이다. 이는 우리가 추적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피해자나 관련자들의 중요한 증언, 그리고 생생한 재현을 통한 진실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 것은 그것을 명확하게 판단하게 해주는 스스로에게 계기가 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며, 그로 인해 그것은 무엇이 되었는지를 판단하고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작가가 사건을 바라보는 위치는 사건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면서 과거의 것들과 혼재되기보다는 한 발 떨어져서 있고, 그는 이러한 거리를 통해 그의 눈에서 발견되어 드러나는 중요한 지점들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접하는 모든 정보를 중요하게 여겨 수용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사건 속에는 분명히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들이 뒤섞여 있다. 작가가 이러한 혼재 속에서 그 사건에서의 가장 중요한 국면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사건의 조사를 통해 얻게 되는 모든 정보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기보다는 어떤 사건의 전체가 가진 본질을 직시하고 그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인식하고자 한다. 이를 근거로 본다면 갯벌은 억압된 소년들이 저 멀리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육지를 바라보면서 만조 시간과 간조 시간마다 느꼈을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탈출의 희망과 실패의 죽음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장소이다. 그리고 이를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디론가 내몰리는 사회구조가 가진 비가시적인 힘과 유사한 환경적 특징을 자연스럽게 교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재욱은 작업의 표면에서는 이러한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우리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작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사건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무엇인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는 관객 모두가 그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야만 모든 것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실제적인 정보나 진실과 다를 수도 있는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개인의 사유는 어느 하나가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작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뒤돌아볼 수밖에 없는 과거의 사건에 대한 사실적 자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현재적 관점으로 파편적인 단서들 사이의 빈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의 작업은 이미 사라진 것들의 실질적인 자료가 부족한 파편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해 내는 상상력이 필요한 고고학과 유사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확한 텍스트나 인터뷰로 이루어진 정보들이 나열되는 사실 혹은 진실이라는 정보 외에 무엇을 작가로서 여기에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이다. 이렇게 어떤 견고한 사고에 잔잔한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지식적인 인식에 기인하기보다는 스스로 사유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것에 감정적으로 동화되어 그것들과 함께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밖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분리하여 자신의 방식으로 옮겨오고자 하는 태도이다.

정리해 보자면 이번 작업에서의 개별적인 분리는 그들의 탈출에 대한 희망과 실패로 인한 죽음을 재현하는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사실적 접근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촬영한 평면적이고 정적인 갯벌의 풍경은 특정한 사건들을 우리와 연결해 명확한 관계를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 비어진 틈을 통해 우리에게 생각의 자율성을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사건을 이해하는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사실을 그저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멈추어져 고정된 것에서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가까이에서 밀접하게 접근기보다는 거리를 유지하고 느슨하게 연결되는 것이 오히려 많은 의미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굽은 물》 연작은 연속적이면서 반복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고 있으며, 어느 특정한 작업 하나가 극적으로 도약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는 확정적인 것을 포착하지 않고 비움을 통해 그 자리를 관객들이 채워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연작은 그가 지금까지 다루어온 다른 시리즈보다도 이러한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재욱은 외부자의 위치에서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만드는 비가시적인 사회 구조에 대해 우리 스스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드는 장면을 《굽은 물》과 같이 비어버린 공간에서 건져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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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의 관점에서

외지인의 관점에서 – 윤원화

사진가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에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예를 들면 심야에 적외선 카메라로 동물을 촬영하는 것은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빛으로 비출 수 있는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또는 그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상상할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이재욱의 작업에서, 역사는 그처럼 보이지 않는 것으로서 사진가의 문제가 된다. 그의 사진 작업은 역사의 현장을 포착하는 저널리즘 사진과도 다르고, 과거에 생산된 역사적 기록들을 현재에 재구성하는 아카이브 기반 작업과도 다르다. 작가는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역사의 비가시성이라는 수수께끼와 대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역사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은 역사의 객관적 속성보다도 작가가 역사에 대해 가지는 어떠한 거리감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1948년 제주 4.3 사건을 다룬 연작(2018)에서 작업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작가는 2017년 제주의 아티스트 거주 프로그램에 1년간 머물면서 처음으로 4.3 사건을 하나의 역사적 현실로서 의식하게 되었다. 그 사건은 반세기가 지났지만, 지역 주민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존재하며, 제주 곳곳에 그 물리적 흔적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근접성은 작가에게 4.3 사건에 대한 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은 그 사건의 당사자도 관련자도 아닌 외부인이라는 의식을 오히려 첨예하게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제주의 역사적, 지리적 맥락은 작가에게 흔히 한국사를 규정짓는 ‘우리’와 ‘남’의 경계, 이를테면 민족과 외세, 선량한 국민과 억압적인 정부 같은 간편한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외지인’이라는 위치를 부여했다. 제주 사람의 입장에서 외지인은 뭍에서 온 사람, 그저 왔다 가는 사람이지만, 그런 외지인으로서 작가는 이 역사가 자신과 전혀 무관한 것만은 아니며 특정 장소나 시간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라고 느꼈다. 어느 한 지역에 정착하지 않은 사람, 말하자면 떠돌이로서, 외지인은 역사를 어떻게 재현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비단 4.3 사건뿐만 아니라 작가가 스스로 당사자성을 주장할 수 없는 역사적 문제를 작업으로 다룰 때 지속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나타났다.

오늘날 외지인은 더 이상 예외 상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규칙한 이주의 노선 속에서 살아가며, 이주를 촉발하고 규제하는 장치들은 지역적인 동시에 지구적인 규모로 존재한다. 이동성과 불안정성의 증대는 땅에 뿌리 박은 상상적 공동체에 대한 귀속 욕구를 촉발하고 질서의 경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지만, 특정 지역의 역사와 혈통에 기반하여 자기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노력은 갈수록 지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외지인을 일반적인 위치로 상정하고, 외지인의 입장에서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그로부터 현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일지도 모른다. 20세기 역사를 직접적인 기억이 아니라 미디어로 재현된 낯선 과거로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금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후대는 역사를 ‘올바르게’—다시 말해 선대와 동일하게—보도록 가르쳐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과거를 해석하고 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욱의 작업은 이러한 전환기 속에 위치한다. He는 직장 업무와 학교 공부로 해외에서 체류하며 오랫동안 외지인의 입장에 있었고, 그동안의 시간적 공백 때문에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한동안 심리적 외지인과 같은 상태에 직면했다. 앞으로도 작업과 전시 때문에 거치를 옮겨 다닐 일이 자주 있을 것이므로, 만성적인 시차 증후군과도 같은 이 불투명한 상태는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이동 속에서의 삶은 그의 세대에서 특히나 미술을 하는 경우에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을 단위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에게 사회란 무엇이고, 또 역사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떻게 감각 가능한 형태로 표현되고 공유될 수 있을까. 이재욱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욱의 작업에서 역사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직 그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재욱의 최근 작업에서 계속해서 희뿌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빛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 빛깔의 의미는 명확하지도 일관되지도 않다. 먼저 연작에서, 작가는 1948년 제주에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민간인 영역과 공산당 게릴라 영역을 구획하는 임의의 경계선이 그어졌던 장소들을 재방문했다. 당시 군대는 해안에서 5km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의 마을 사람들을 공산당 동조 세력으로 간주하여 일방적으로 학살했다. 작가는 이 비논리적인 경계선을 붉은색 레이저로 표시하여 촬영했다. 어둠 속에서 장노출로 촬영된 컴컴한 사진 속에서 그 선은 산중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마을 앞을 지나가기도 한다. 그것은 전후 맥락을 모르고 보더라도 어딘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생사의 경계선이다. 그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고 어쩌면 잘 이해할 수도 없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사람들의 움직임과 그 신체적 존재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작용을 표현한다.

하지만 의 고요한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실제로 권력의 작용 아래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의 감각보다도, 자신이 그 자리와 얼마나 멀리 또는 가까이 있는지 거리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관찰자의 감각에 가깝다. 요컨대 나는 거기에 없었지만, 거기 있을 수도 있었으며, 그 가능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거리 감각은 근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연작(2019)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작가는 2016년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차 벽을 세웠던 곳을 과 유사한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밤낮없이 인파가 붐비는 광화문 일대를 마치 과거의 역사적 비극을 말없이 증언하는 제주의 밤 풍경처럼 재현할 때, 작가는 정확히 언제 또는 어디에 있는가? 그는 그때 거기 없었지만 거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확실히 있었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태로, 유령처럼 이미지 위에 어둠과 붉은빛을 드리운다. 그것은 ‘빨갱이 사냥’의 뜨거운 붉은 색보다 오히려 필름을 현상하는 암실의 붉은 조명을 연상시킨다. 어둠을 걷어내지 않고 필름에 기록되지 않는 어슴푸레한 암등 아래 이미지가 홀연히 떠오르는 것처럼, 작가는 역사의 유령 사진을 제작하고 싶은 것일까?

역사를 직접 대면할 수 없는 피사체로 접근하는 이러한 방식은 1980년 5.18 사건이 벌어졌던 광주 인근의 오래된 나무들을 붉은색 조명으로 촬영한 <Flare 1980> 연작(2019)에서 다시 반복되었다. 여기서 나무들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해독 불가능하게 기록된 일종의 자연적 필름처럼 취급된다. 반면 북한에서 유출된 스마트폰의 사진 데이터를 인화해서 액자로 만든 연작(2019)에서, 북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평범한 일상의 사진으로 자명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입장에서 알 수 없는 것이자 앎이 금지된 것으로서 어떤 비가시성의 어둠 속에 있다. 이 어둠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사진 액자를 검은색으로 코팅해서 일부러 시야각을 좁혔다. 관객 위치에 따라 언뜻 보이다 마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가 비밀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화면의 이편 또는 저편에 있다는 사실은 순전히 우연한 지리적 배치와 임의적 경계설정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것은 이재욱이 지속적으로 천착하는 문제가 결국 역사의 구조적 폭력 이전에 그것이 개개인에게 작용하는 그 난폭한 무작위성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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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위의 분할

책상위의 분할 (Partition on the desk)– 작가 신이피A는이 세상은 천상계와 지상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천상계는 에테르로 가득한 완전무결한 세계라고 한다. 달과 태양이 원운동을 계속하지만 늘 일정한 속도로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서로 부딪치거나 마찰할 일이 없이 평화롭다고 한다.반면 지상계는 움직이던 것이 정지하거나 정지하고 있던 것이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기 어렵게 운동하고 그는 이 모든 것을 불안정한 세계라고 한다.D는 지상계의 ‘불안정함’에 동의했다.덧붙여, 모든 변화와 운동은 외부에 의해서만 일어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외부는 어떤 ‘신’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신’은 물체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정신은 이성적 사유의 활동으로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물질과 정신은 서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N은 D에게 ‘진공’에 관해 물었더니 최소한의 물질, 아주 약간의 에테르라도 존재하는 것이 물질이며 그 물질이 있는 곳을 공간이라고 했다. 진공의 개념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N은 계속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이 있고 가만히 있는 것은 계속 가만히 있으려는 본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게 움직이는 것들을 모두 다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존재하면서도 움직이지도, 변화하지도 않는 ‘절대공간’이라는 것을 상상했다.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기도 전인 어떤 절대적인 시공간이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E는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모두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추상적인 과학과 시적인 철학적 대화들이었다. 듣고 있던 나는 이재욱의 <레드라인>은 A의 지상계, D의 진공, N의 절대공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레드라인의 어느쪽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일일 것이라고도 생각했다.한국전쟁 발발 전후 발생한 제주 4·3사건이나 국민 보도연맹사건 등 민간인 대량 학살 사건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1월부터 소위 ‘초토화 작전’으로 전개 되었으며 당시 인구의 십 분의 일에 해당하는 3만여 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 시켰다고 한다.1948년 10월 17일 제주, 군은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들어간 중산간 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배로 간주하여 사살하겠다는 포고령을 내린다. 이후 대대적인 강경토벌 작전으로 중산간 지대의 마을은 불에 타고 주민들은 집단으로 학살당했다. A의 지상계처럼 모든 불안정을 담은 세계 자체였으리라.2018년 제주, 이재욱은 한밤에 그 지점을 다시 찾아가 레이저를 설치하고 촬영을 위해 가상의 선을 만들었다. 어쩐지 넘나들기 머뭇거렸다고 했었는데 나는 D가 부정한 진공의 개념을 상기했다. 권력은 또 다른 권력에 끌어당겨 지고 분쟁하던 권력자들은 대량학살계획을 세우고 책상 위에서 선을 그어가며 각자의 이익을 위해 논쟁했으리라. 현실의 시민들의 시, 공간을 넘어선 절대공간에서.이재욱의 레드라인의 첫인상은 어스름한 자연광이 미스테리한 시간으로 느껴지고 붉은 레이저에 비친 자연물들은 행동 범위가 제한된 연극적 설정이었다. 4.3 학살 때의 괴기한 선을 레이저로 재현한 것이라고 들었을 때 당시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진 괴기함을 이성적으로,현실적으로 가늠해보려고 과학자들의 철학을 상기해 보았다.현재를 사는 개인으로서 동시대성을 갖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자세일까.시간과 공간은 거스를 수 없이 선형적이나 역사의 리서치과정은 위키피디아, 유튜브, 인터넷 뉴스거리들을 분절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어쩌면) 비선형적인 시간이다.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대면할 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우주의 먼지같이 작은 개인으로서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하고 참기 힘든 표출의 욕구로 뜨거워지는 때를 지나 보내기도 한다.현실에서 조금 빗겨 나와 시간을 읽고 절대공간을 관찰하는 것은 예술의 동시대성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과학적 사실에서 불가능한 위치에서 서서 감상적으로 눈물 흘리지 않고 죽은 모든 것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책상에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그리고 덧붙이는 말. 이재욱의 <레드라인>은 2017 년 제주 이아 레지던시 입주부터 2018 년까지 작업한 결과물로 2019 년 4 월 ‘상업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발표한 사진 시리즈 작업이다.‘책상 위의 분할’ 베를린 회의 때에 책상 위에서 게임처럼 나누어졌던 아프리카 식민지 지도 사건에서 비유한 제목이다. 아프리카 분할( Partition of Africa)은 1880년대에서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1914년까지 유럽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아프리카가 몇몇 열강의 식민지로 분할된 사건을 말한다. 19세기 말 유럽의 열강들은 세계 각지에 대한 식민지 경쟁에 나섰으며 아프리카 역시 이러한 식민지 쟁탈전의 각축장이 되었다. 1884년에서 1885년에 걸쳐 열린 베를린 회의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아프리카 분할과 벨기에의 콩고에 대한 식민 침략을 정당화했다.A: Aristotle, D: Descartes, N: Newton, E: Einstein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뉴턴, 아인슈타인 철학, 사회적인 큰 영향을 끼친 과학자들의 이론을 축약, 약간의 왜곡하여 비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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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을 극복하는 장면

장면을 극복하는 장면– 박지수, 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은 사진가의 일 중 하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그 전에 먼저 몸을 움직여야 한다. 사진가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 세상을 바라보고, 이 과정에서 얻은 이미지로 세상에 관한 자신의 해석을 내놓는다. 물론, 이 하나의 의견을 모든 사진가들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다. 개념 미술을 거쳐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굳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직접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도 충분히 사진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의견을 굳이 적용하자면, 전통(전형)적인 사진가에게 해당될 것이다. 이재욱 작가 또한 여기에 속한다. 이 글은 사진가 이재욱이 세상을 해석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그가 움직여 얻은 장면(사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다.많은 창작자들이 그렇듯이, 이재욱 또한 자신의 일상 반경을 기반해 점차 넓혀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주요 작업을 살펴보면, 도시 재생 사업에 따른 주거 단지의 변화를 관찰한 <뉴타운 New town>(2014-2015)은 고향 집의 이사가 작업의 계기였다. 국가의 위기가 투영된 개인의 불안을 포착한 <너의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2016-2017)는 유학 생활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레드라인 Red line>(2018)에서 그가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제주에서의 레지던시를 통해서였다. 이렇듯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동기를 얻어 출발된 작업 들은 각각 전국의 재개발 지역으로(뉴타운), 또 경제 파탄과 테러로 위기를 겪는 터키와 그리스 등 외국 지역으로(너의 잘못이 아니야), 제주 해안에서 5킬로미터 반경의 중산간 지방으로(레드라인) 경로를 확장해 탐색해나간다.이 탐색 과정에서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장면이다. 작업의 시간과 공간을 넓고 깊게 확장하는 이유는 결국, 작가가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여기서 원하는 장면이란 세상을 바라본 자신의 관찰이나 해석과 동기화 되는 순간이다. 가령 <뉴타운> 중에서 어떤 한 장면은 그런 순간을 온전히 담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구역과 20여 년 전에 건축된 노후된 저층 주택들, 그리고 10여 년 전쯤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와 신축된 고층 브랜드 아파트 모습이 전경부터 후경까지 레이어가 쌓이듯 차곡차곡 겹쳐진 장면은 시공간이 복잡하게 압축된 도시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 밀도야말로 도시 문제의 핵심이며, <뉴타운> 작업이 시각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 아니었을까. 다른 작업 <너의 잘못이 아니야>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다. 도시 야경 이미지가 붙은 건물 앞에서 파란 비닐백을 들고 있는 한 여인을 보여주는 사진(Behind the mythology #2)이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뒤섞인 거리에서 여인은, 녹색 신호등 앞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땅바닥만 응시한다. 경제 파탄, 테러, 인종차별 등 사회적인 불안이 개인에게 투영된다면 이런 모습을 닮지 않았을까. 그 여인의 얼굴에, 그 얼굴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에 <너의 잘못이 아니야>의 문제의식이 집약적으로 담긴다.여기까지 이재욱은 다분히 장면 중심으로 움직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장면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사진에서의 전형적인 로케이션 방식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원하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사진 매체의 미덕이자 사진가의 능력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재욱이 관심을 두고 다루는 문제들은 복잡한 맥락과 텍스트를 지니고 있기에, 그저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뉴타운>의 경우, 도시의 밀도가 극대화된 스펙터클을 보여줄수록 이미지 자체가 스펙터클이 될 수밖에 없다. 스펙터클한 이미지는 사유를 불러오기보다는 사유를 눈에 보이는 것에 서 멈추게 한다. 바꿔 말하면, 복잡한 논의와 맥락들을 보이는 장면에 국한되어 축소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너의 잘못이 아니야>의 경우에는 사회적 불안이 투영된 한 여인을 보여주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순간의 장면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사진 속의 여인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할 만큼의 불행이나 불안을 실제로 겪고 있는지 그 장면 만으로는 알 수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파란 비닐백을 든 여인이 신호등 앞에서 멈추기까지 어디에서 왔고, 횡단보도를 건 너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가 장면은 알려줄 수 없다. 어떤 순간의 이전과 이후를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은 그 이전과 이후를 소외시킨다. 한순간 불안해 보였던 여인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줄수록, 그 장면은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여인을 대상화하거나 타자화시킬 일말의 가능성을 내포한다.그러나, 이재욱은 <레드라인>에서부터 장면 중심의 로케이션 경로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제주 4.3 사건 당시, 해안에서 5킬로미터 이상의 중산간 지방을 통행하는 자를 폭도로 간주해 사살하겠다는 포고령의 내용에 기반한다. 여기서 사진 속의 빨간색 레이저는 70년 전 주민들의 생과 사를 가른 죽음의 한계선을 시각화한 것이다. <레드라인>이 이전 작업과 다른 지점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이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전 작업처럼 작가가 원하는 장면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로케이션 경로를 확장해나가는 방식은 <레드라인>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미 과거가 된 역사적 사건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아무리로케이션 경로를 확장한다고 해도 현실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레이저빔으로 만든 ‘레드라인’은 장면으로 보여 줄 수 없는 것을 장면으로 보여주려는 역설을 풀어주는 장치다. 그것은 현실의 장면에서 보여줄 수 없는 4.3 사건의 역사적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변환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면 안에 시각적 텍스트가 개입되는 방식으로 장면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레드라인>은 이재욱 작가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더욱이 최근 진행 중인 작업 <이너 세이프티 II Inner safety II>는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로케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인 북한을 다루고 있다. 제한된 정보를 통해 고착된 북한 이미지의 허상을 다루려는 이 작업에서 작가마저도 제한된 정보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가는 북한을 직접 방문할 수 없으며, 국내에서 접근 가능한 북한 관련 정보와 이미지는 복잡한 검열과 승인과정을 거쳐 극히 제한적으로만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 장면을 보여줘야 하는 사진가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레드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면을 극복하는 장면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이재욱에게 남겨진다. 그는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장면을 극복할까. 그의 향 후 작업적 행보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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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함에 대하여

– 강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

한 사람의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삶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물리적 형태의 결과물, 즉 작품으로 남겨 놓을까? 이재욱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하여 동시대 미술계에 섬세한 층위 하나를 덧입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선보이는 그의 작품은 사회와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균형 감각과 새로운 감수성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주제를 다룬 여타의 작품과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 표현한 재개발, 사회 부조리와 개별자, 비극의 역사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다양한 작가들이 해석해 온 주제다. 그래서 자칫 익숙한 테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은 그 너머, 물리적 형태를 넘어선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인지하지 못하는 속성을 다룸으로써 그들과 변별력을 구축한다. 즉 이재욱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일상은 나른한 ‘불온함’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는 세상을 담아내는 모니터를 통해 여러 지역을 순회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초기 작품에 나타난 재개발 지구의 단면은 그간 미술계에서 다뤄온 비판적 시각과 차이가 있다. 실제 작가가 성장한 일상 공간으로서 재개발 지역은 평온함, 보편성 그리고 그 층위 아래 생존에 대한 위협감이 배어든 채 포착되어있다. 이는 ‘너의 잘못이 아니야’ 에서 좀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었다. 작가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유럽과 몇몇 아시아 지역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국가라는 범주화된 선택 공간을 중심으로 사진 찍기를 시도한다. 일정한 문화, 경제 지역과 특정 영토 안에 구성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다. 이들에게 국가는 일상에서 가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최고 통치권을 가진 국가는 자국민의 사회적 목표와 욕구를 제도를 통해 효율적으로 실현해야 하지만, 복잡한 국제 관계, 자본과 경제의 이동, 인종, 계층 등 많은 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작가가 들여다본 국가는 크게 네 개 지역이다. 바로 터키, 독일, 그리스, 한국인데 이곳의 공통점은 경제 파탄, 테러, 인종차별, 민주화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위기와 갈등 상황을 겪으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끌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독일과 한국은 작가의 생활 기반이며 일상의 삶과 밀접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내밀한 개인성에 근거한다는 점이 신뢰를 얻는다. 독일의 경우는 난민 문제와 테러에 직면한 유럽의 상황을 잘 보여 주는데, 사실 이러한 부분은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 안에서 복잡하게 움직이는 부의 불평등, 편견을 기반으로 한 인종 차별 등의 이데올로기 문제 등이 얽혀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위기는 불안 딜레마를 야기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분열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황과 고통에 일상을 잠식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재욱은 이러한 대전제들로 인해 관계가 균열을 일으킬 때 맞이할 수밖에 없는 개인들의 무력함과 정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에 대한 작업 역시 지난 촛불시위의 결과와 별개로 여전히 거리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 혹은 정치적 대립 상황을 다룬다. 여기에서도 작가는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 상황보다는 그로 인해 드러나는 개인의 모습에 집중한다. 이 경우 기존에는 개인을 투사나 피해자로 묘사했다. 그러나 극단적 분열 상황인 시위 장면에서도 이재욱이 포착한 것은 한 귀퉁이에서 태극기를 내린 무기력한 모습들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개개인이 모여 거대한 집단 정체성으로 표기되는 어느 영토의 주인인 국민이 마주하는 현실은, 사실은 그들이 주인이라는 권리를 인정하는 국가가 만들어 내는 불온한 위기라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 때문에 개개인은 매우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함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당신의 잘못, 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진실한 말 걸기이며 본질을 언급하는 표제어일 것이다. 이 시리즈를 담아내는 이재욱의 촬영 방식은 유사 다큐멘터리로서의 연출과 순간을 잡아내는 스냅 샷을 병행하지만, 둘 다 모두 설치 작업 같은 진행으로 긴 시간의 계획 아래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작가가 덫처럼 설치해 둔 장소에 실제 그곳 상황에 엮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실제 표정을 잡아내기 위하여 무선 릴리즈를 통해 카메라에 담아내는 방식을 이용한다. 그 결과 그들의 표정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나른한 무력함을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라는 모순을 실현한다. 다만 풍경 사진과 인물 사진의 병치는 증폭되어야 할 시너지 효과가 이미지와 내러티브에서 강한 긴장감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더 강렬한 시각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신작인 ‘레드라인’에서 작가는 이 불온성에 대해 좀 더 선명하고 날카롭게 시각화하는 방식을 찾아냄으로써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제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제주 4·3사건을 접한 이재욱은 불온 성을 한국 역사의 구체적인 대상과 장소로 확장했다. 이는 기존의 현상 중심의 해석과 표현이 더 깊이있는 주제로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표현 방식에서도 주관적인 시선이 더 개입된 것으로 읽힌다. 이 시리즈는 그 동안 모호하게 표현해 온 볼온성을 물리적 형태로 직접 가시화 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생사의 극단적 기준인‚ 해안선에서 5킬로미터를 붉은 레이저를 설치하여 한밤에 장노출로 촬영했다. 작가는 촬영을 위해 스스로 만든 이 선조차도 넘어서기 힘들었음을 고백하며, 검열과 억압의 선은 사회와 개인 안에 아직도 존재함을 증언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불온함을 보이게 함으로써 일상에 스며 든 국가의 극단적 폭력을 확인 가능한 그 무엇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기존작품에서 고민하던 일상의 평온함에 도사린 불온함을 구호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도 오직 화면에 등장하는 이미지 간의 긴장감을 통하여 좀 더 시각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하는 과제에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균형과 감수성이 내재된 작품 창작이 이방인처럼 맴도는 자신의 내성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래 예술가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이방인으로 존재하며 작품으로 그 시대를 영원히 증언한다. 이재욱은 이를 그저 진솔하게 실천하고 있다.

Publications

  • WonderlandKT&G 상상마당, 2018
  • New Town
  • Crisis-What crisis
  • Natur et ce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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